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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힘쓰는 일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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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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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천장에 대한 오해들, 여성의 승진, 남성의 승진, 승진 차별 등,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여성을 향해 동일화 하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저자 이민경님은 페미니스트를 위한 언어를 짓고 옮기는 활동을 하는 작가로, 전작인 '유럽낙태여행' 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후 '국가 아닌 여성이 결정해야 합니다' 등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특히 한국 사회 도처에서 뒤쳐져 있는) 인식과 차별에 대하여 글을 쓰며, 내게는 '무인도에 가져갈 도서 목록 3순위' 안에 드는 주옥같은 책들을 펼쳐낸 작가기도 하다.

 세상엔 남자들은 당연히 '회사'에 취업해야 하고 여자들은 '애나 보라고' 하는 무지한 부류가 존재한다. 실제로 여성은 지구상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노동의 66퍼센트를 수행하지만 전체 수익의 10퍼센트를 얻으며, 전체 자산의 1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세계적으로 여성은 가난에 시달린다. 성차별, 폭력, 강간 등에 너무나 당연하고 쉽게 노출되고, 그마저도 '역차별' 이라며 조롱받는 현실이다.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책은 그 중 여성이 일하는 대가로 받는 '임금'에 집중해 그 크기를 헤아려보고 한 질문을 던진다. "여성이 더 받았어야 하는 임금의 액수를 구하시오."


여성의 일, 남성의 일


여성은 같은 일을 할 때에도 돈을 덜 받는다. 보통 이렇게 이야기하면 한 직장 내에서 남성이 맡은 직책뿐 아니라, 남성들이 주를 차지하는 직종이 더 힘들고, 더 궂은일을 많이 하고, 더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힘을 쓰는 일에서 여성은 남성을 따를 수 없다는 주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일단 남성 집단의 근력이 여성 집단의 근력보다 평균적으로 더 세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3시간 만에 218명분의 식사를 만들어내야 하는 급식 노동자 여성 두명은 검수를 위해 냉장고에 있던 70kg 의 국 재료, 50kg 의 무침 재료, 90kg 의 튀김 재료를 꺼냈다가 다시 넣어야 한다. 한여름에도 뜨거운 열기를 쬐면서 극도로 무거운 식재료와 식판을 쉴 새 없이 들었다 놨다 한 뒤, 1500대의 식판을 2시간동안 설거지 해야 한다.

결론만 말하면, 여성은 힘쓰는 일을 많이 한다. 그리고 잘만 한다. 너무 많이 해서 연골이 파열되고 요통을 앓는다. 조리실에서는 세균 번식문제 때문에 에어컨을 틀 수 없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을 열기 속에서 하다가 폭염에 탈진하는 일도 흔하다. 그렇지만 이 노동은 저임금 직종에 속한다. 밥 하는 일, 다시 말해 여성이 하던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한국사회는 많은 남/여성들에게 그른 방향으로 획일화된 사상을 주입한다. 바로 남자는 힘이 세니까 여자를 지켜줘야해 / 여자가 무슨 힘쓰는 일을 해? / 서빙이나 서비스직은 여자한테나 시켜 / 커피타는 심부름은 여직원이 해야 제맛이지 등등이 그 예다. 아직도 미디어와 온갖 도처에 뿌리를 내린 이 잘못된 '여성혐오'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성이 생산적인 일을 덜 하는게 당연하며, 요리를 할 순 있어도 '셰프' 는 오직 남성의 직업이며 남성보다 '하등한 존재' 라고 믿는 경우가 허다하다.

 온갖 혐오가 난무하고 무식이 가득한 예능프로는 이미 관둔지 오래다. 보고 있자면 열이 뻗치는데다 한심하고 답답한 소리만 해대는 남자 MC 들과 패널들의 치졸한 입담 싸움에 정신이 피폐해지기 때문이다. 굳이 내 소중한 시간을 들여 저것들을 시청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눈을 씻고 봐도 찾지 못하는 나.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예능은 어떠한 드라마나 감동 요소가 있는 '좋은 프로그램' 이라고 해도 관심이 가지 않는다. (안가는걸 어쩔!)


국가가 경공업을 기간산업으로 삼았을때, 피부병에 걸리고 온갖 질병을 앓으면서 긴 시간 동안 쉬지 못한 채 청계상가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이들 역시 여성이었다. 농촌에서 일하는 여성도 그렇다. 농촌에서 농기계를 다루는 일이 남성의 몫으로 돌아가므로 오히려 여성의 노동 강도가 더 세다.

육체노동이야말로 여성들이 한시도 쉬지 않고 해온 일이다. 남성이 이들에 비해서 더 탁월하다고 할 수 있는 건 한번에 더 많은 무게를 드는 것인데, 그게 반드시 생산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어느 한 드라마에서 방송을 탔던 나를 경악시킨 장면이 떠오른다. 회사에서의 일상이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남자 상사가 여자 부하직원에게 정수기 물을 갈라고 시키고, 자신은 딴청을 피우며 자신의 데스크에 앉아 시간을 때운다. 여성은 끙끙대며 (드라마는 드라마에서 그녀에게 과하게 차려 입은 꽉 조이는 치마와 블라우스를 입혔다) 정수기 물통을 간다. 그것을 본 할일 없는 남자 상사는 다가와 잘못된 남성상을 드러내며 '역시 여자는 힘쓰는 일을 못해~ 이래서 회사생활 제대로 하겠어?' 와 비슷한 대사를 치며 여성을 밀치고 아주 가뿐히 들어올리는 장면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일 법한 영웅 같은 포즈와 깔리는 웅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을 내보낸다. 아주 단순하고 치명적인 예다. 정수기 물통을 번쩍 들어올릴 만한 순간적인 힘을 가지는 것만이 생산적이고, 그것이 여태 한국사회에서 남성들에게 치부한 '남성상'을 뜻한다는 참 안타깝고 잘못된 예지만 이게 현실이다.

“노력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나면 이들에게는 겨우 ‘웬만한 남자보다 일 잘하는’ 같은 수식어가붙는다. 여기서 문제는 같은 직급의 남성은 절대로 ‘웬만한 여성을 능가하는 임원’으로 소개되는 일이 없다는 데 있다. ‘남자도 노력하면 팀장이 될 수 있으니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와 같은 말은 없다. 차별은 딛고 이겨내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굳이 디뎌 싸워야 했던 그 무언가를 전부 일컫는다. 차별은 ‘여자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증명해낼 때가 아니라, 이 말이 ‘남자라도 할 수 있다’만큼 우습게 들릴 때 사라진다.”



 '여성'의 임금을 다룬다는 데 있어서 이 책은 그동안의 기울어진 차별과 불평등을 조목조목 짚어주고 있다. 노동의 역사에 대해서 아직도 공부할게 많은 나는 이렇게 배운다. 감사한 책과 정보들 그리고 기울어진 현실들 사이에서 배우는 것은 오직 여성뿐만이 아니라고 믿는다. 사실 책을 읽는 가장 먼저 떠오른건 살면서 만난 꼰대들이였다. 그들은 이 불평등의 역사의 깊이를 과연 제대로 알까. 말만 꺼내면 자신이 다녔던 룸살롱 이야기를 부끄러운줄 모르고 자랑스럽게 늘어놓으며 여성만 보면 얼평을 일삼던, 여성들의 능력을 폄하하던 꼰대들. 자신이 꼰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들에게 꼰대의 6하원칙을 대주었던 기억이 난다. WHO(내가 누군지 알아) WHAT (뭘 안다고) WHERE(어딜 감히) WHEN(왕년에) HOW(어떻게 나한테) WHY(내가 그걸 왜).

 주위를 둘러보면 이러한 꼰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꼰대 뿐만이 아니라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부류는 그저 집앞 10m 만 나가도 쉽게 마주친다. 한마디로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는 참담하다. 마치 인형처럼, 자신들의 기분을 만족시켜 주어야 하는 물건 취급을 당하며 생존이 잘려진 다양한 방식이 과연 누구에게로부터, 어떤 상황으로부터 물려져 내려온 것일까. 현실적으로 노동에 대하여, 그리고 '여성' 의 능력폄하에 대하여 자세히 파헤치고 있는 이 책은 다른 누구도 아닌 주위 소중한 여성 동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보라는 물음을 멀리 던지고 열심히 뒤쫓아가보았다. 펼쳐지는 풍경은 참담했다. 이만큼의 역경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은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이 마치 기적처럼 느껴진다. 그 모든 것을 겪고 각자의 자리를 지킨 모두에게 빠짐없이 경의를 표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진작 지금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았어야 했다. 생존이 지금보다 더 쉬운 일이어야 한다. 이 어설픈 시도가 그것을 가능케 할 더 많은 이야기를 부르는 작은 계기가 되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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